북유럽 소설과의 첫 만남, ‘죽음을 이렇게 쓸 수도 있다니!’
안녕하세요.
저는 ‘죽음’을 다룬 책을 여럿 읽어왔습니다.
하지만 욘 포세(Jon Fosse)의 『아침 그리고 저녁(Morning and Evening)』을 처음 읽었을 때, “죽음을 이렇게 고요하게, 그리고 이렇게 아름답게 쓸 수도 있다니”라는 놀라움을 느꼈습니다.

읽는 것이 아니라 살아보는 것, 욘 포세의 『아침 그리고 저녁』
『아침 그리고 저녁』을 읽는다는 건 스포일러를 당할까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 소설은 사건이 아니라 감각과 흐름이 핵심이기 때문이죠.
책의 첫 장면에서 요한네스의 탄생이 그려지고, 마지막 장면에서 요한네스의 죽음이 그려집니다.
하지만 그 사이에 펼쳐지는 것은 특정 사건이 아니라, ‘한 인간의 의식이 시간 속을 흘러가는 과정’입니다.
이런 체험 덕분에 독자는 요한네스가 아니라 자신의 삶과 죽음을 떠올리게 됩니다.
북유럽 소설 특유의 고요한 리듬, 반복되는 언어, 여백 많은 문체가 우리의 내면을 건드리죠.
https://youtube.com/shorts/ku4IjFtboVs
‘죽음은 끝이 아니라 합류’ — 소설이 던진 메시지
많은 책이 죽음을 비극이나 종말로 묘사합니다.
그러나 욘 포세는 죽음을 자연스러운 ‘합류’로 보여줍니다.
- 태어날 때 어머니로부터 분리되듯
- 죽을 때 다시 거대한 존재로 합류하듯
이 역설적인 이미지는 죽음을 두려움이 아니라 ‘다시 돌아감’으로 인식하게 만듭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큰 위안을 받았습니다.
삶과 죽음을 대립으로 보지 않고, 강물과 바다가 만나는 장면처럼 느끼게 된 것이죠.

욘 포세(Jon Fosse)와 노벨문학상
202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욘 포세는 “말할 수 없는 것에 목소리를 부여한 작가”로 평가받습니다.
『아침 그리고 저녁』은 그의 대표작으로, 북유럽 미니멀리즘 소설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우리리에게도 ‘북유럽 소설’은 신비로운 매력을 줍니다.
『아침 그리고 저녁』은 노르웨이 해안의 풍경과 어촌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리면서도, 존재론적 질문을 던집니다.
‘포세 미니멀리즘’이라는 독특한 독서 경험
포세의 문체는 짧고 반복적이면서도 긴 여백을 줍니다.
이 여백은 독자가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가도록 유도합니다.
저는 책을 읽으면서 마치 ‘낭독되는 시’를 듣는 것 같았습니다.
파도처럼 반복되는 문장들이 어느 순간 제 호흡과 맞아떨어지고, 저는 책 속 요한네스의 의식과 제 의식이 섞이는 듯한 경험을 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노벨문학상 수상작”이 단순히 스토리로만 평가되지 않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나의 저녁을 어떻게 맞이하고 싶은가”
책을 덮는 순간 저는 스스로에게 질문했습니다.
“나는 나의 저녁을 어떻게 맞이하고 싶은가?”
이 질문이 생긴 것만으로도 『아침 그리고 저녁』은 제 삶을 바꿔 놓았습니다.
죽음을 회피하는 대신, 지금 내 삶을 어떻게 살지 고민하게 되었으니까요.
여기서 중요한 건, 이 책이 답을 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대신 이미지를 줍니다.
그리고 그 이미지 속에서 독자가 스스로 답을 찾게 합니다.
『아침 그리고 저녁』을 제대로 즐기는 팁
- 줄거리 파악보다 분위기 몰입: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지?”보다 “이 장면이 내게 어떤 감각을 주는가?”를 느껴보세요.
- 반복 읽기 추천: 150쪽 남짓이므로 두세 번 읽을수록 새로운 울림이 생깁니다.
- 노르웨이 풍경 상상하기: 북유럽의 차가운 공기, 바다, 안개를 떠올리면 더 몰입됩니다.
이런 방식으로 읽으면 훨씬 더 강렬한 독서 경험을 하실 수 있습니다.
마무리
『아침 그리고 저녁』은 2023년 노벨문학상 수상작답게, 단순한 소설을 넘어 삶과 죽음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체험형 북유럽 소설’입니다.
탄생과 죽음이라는 양 끝에서 인간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며, “죽음은 끝이 아니라 흐름”이라는 메시지를 남깁니다.
삶과 죽음을 다루는 책, 북유럽 소설, 욘 포세 소설을 찾고 계신다면 이 책이 최고의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여러분도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아침’과 ‘저녁’을 생각해보시길 추천합니다.
'소설&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자몽살구클럽』│죽고 싶다는 말은, 사실 살고 싶다는 말이었다 (1) | 2025.10.09 |
|---|---|
| 안녕이라 그랬어 – 말과 침묵 사이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3) | 2025.10.08 |
| 성해나 소설집 『혼모노』 – 진짜와 가짜의 경계에 선 우리 이야기 (0) | 2025.09.18 |
| 월요일 수요일 토요일 : 사라져가는 것들 속에서 발견한 진짜 삶의 빛 (0) | 2025.09.13 |
|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 가공범 : 진실은 어디에 있는가? (0) | 2025.09.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