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시

스토너ㅣ왜 다시 읽히는가ㅣ존 윌리엄스

깡총이87 2025. 11. 19. 19:31
반응형

스토너

1. 잊혔던 소설이 왜 ‘역주행 소설’이 되었을까

존 윌리엄스의 장편소설 『스토너(Stoner)』는 처음 출간됐을 때 큰 주목을 받지 못한 작품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 전 세계에서 다시 읽히기 시작했고,
지금은 ‘한 번쯤 꼭 읽어봐야 할 소설’ 목록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이 글은 스토너 리뷰·독후감이자,
왜 이 조용한 작품이 다시 사랑받는지 정리해보는 역주행 이유 분석에 가깝다.

 

https://youtu.be/6FxDhw3sgqs


2. 존 윌리엄스 소설 『스토너』 간단 소개

  • 작가: 존 윌리엄스(John Williams)
  • 장르: 장편소설, 성장·생활·실존 소설
  • 키워드: 평범한 삶, 사랑, 전쟁, 대학, 결혼, 실패, 늦은 깨달음

이야기는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윌리엄 스토너
우연히 영문학을 만나고, 대학에서 평생을 보내는 삶을 그린다.


거대한 반전이나 사건은 없지만,
한 사람의 일생을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가게 만드는 힘이 있다.


스토너 전면표지

3. 스토너 줄거리: 농부의 아들이 문학을 만났을 때

스토너는 시골 농가의 아들로 자란다.
부모의 바람은 단순하다.
농과대학에 진학해 농사에 도움이 될 지식을 배우고, 다시 농장으로 돌아오는 것.

 

하지만 스토너는 대학에서 우연히 들은 영문학 강의에서 완전히 다른 세계를 마주한다.

“이건 사랑일세, 스토너 군. 자네는 사랑에 빠졌어. 아주 간단한 이유지.” (32쪽)

 

슬론 교수의 이 말은 단순한 농담이 아니라,
스토너가 ‘문학’이라는 세계에 빠져들고 있다는 선언이다.

“그와 그의 부모는 벌써 낯선 타인들처럼 변해가고 있었다. 그는 이런 상실감 때문에 사랑이 더 커졌음을 느꼈다.” (39쪽)

 

문학을 선택한다는 것은
부모와 예정된 삶을 떠나는 동시에,
처음으로 자기 삶을 스스로 고르는 선택이기도 했다.


스토너 표지

4. 전쟁과 가정, 직장이 서서히 무너뜨린 것들

이후 스토너의 삶은 겉으로 보면 단조롭다.
한 대학에서 공부하고, 그 대학에서 가르치고, 그곳에서 생을 마친다.

 

하지만 그 사이에 일어나는 내면의 붕괴는 결코 단조롭지 않다.

4-1. 전쟁 앞에서 느낀 ‘무심함’

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을 때,
주변 대학원 동료들은 오히려 전쟁에 나가고 싶어 한다.


그런데 스토너는 다르다.

“전쟁이 이제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되자 그는 자신의 마음속에 엄청난 무심함이 자리 잡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49쪽)

 

그는 공포도, 애국심도 아닌 ‘아무 감정도 느끼지 못하는 자신’을 마주한다.


가까운 동료 데이비드 매스터스가 전쟁터에서 죽었을 때도
그는 깊은 통곡 대신, 이미 무엇인가가 닳아 없어진 자신의 마음을 먼저 바라보게 된다.

4-2. 사랑을 몰랐던 사람의 결혼

스토너는 이디스를 보고 첫눈에 반해 결혼한다.
하지만 그건 사랑을 잘 모르는 사람이 내린 섣부른 선택에 가까웠다.


둘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채
긴장과 침묵이 반복되는 결혼 생활을 이어간다.

 

집은 편안한 공간이 아니라
각자의 외로움이 더 선명해지는 장소가 되어 버린다.

4-3. 직장에서의 갈등과 좌절

대학에서 교수로 일하는 삶도 순탄치 않다.
학생을 진심으로 대하려는 태도는 오히려 동료 교수와의 갈등을 낳고,
한때 촉망받던 경력은 어느 순간부터 천천히 가라앉기 시작한다.

 

이렇게 전쟁, 가정, 직장이 차례차례 스토너를 흔들지만,
그는 끝내 어디에서도 영웅적인 반항을 하지 않는다.


그 대신 자기 자리에서 조용히 버텨낸다.


5. 마흔셋, 너무 늦게 배운 사랑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 깊은 대목은
스토너가 마흔셋에 이르러서야 사랑을 ‘다시 배우는’ 장면이다.

“나이 마흔셋에 윌리엄 스토너는 다른 사람들이 훨씬 더 어린 나이에 이미 배운 것을 배웠다. 첫사랑이 곧 마지막 사랑은 아니며, 사랑은 종착역이 아니라 사람들이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라는 것.” (272쪽)

 

그는 이전까지의 사랑을
단번에 완성될 어떤 감정으로만 생각했다.


그래서 실패했고, 실패를 인정하지 못해
끝내지 못한 관계 속에서 오랫동안 머물렀다.

 

그러나 마흔셋에 이르러
비로소 “사랑은 함께 시간을 통과하며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안타깝게도 이 깨달음은 너무 늦게 찾아왔고,
그래서 더 짧고 더 뜨거운 사랑으로 스쳐 지나간다.


스토너 시작

6. 왜 지금, 다시 『스토너』인가 – 역주행 이유 3가지

요약하자면, 『스토너』가 다시 읽히는 이유는 다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6-1. ‘평범한 삶’의 대변인

스토너는 화려한 업적을 남긴 인물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지금 우리의 삶과 더 가까이 닿아 있다.

 

특별한 영웅이 아니라,
어디에나 있을 법한 한 사람의 인생이기 때문에
많은 독자들이 “나도 저렇게 살고 있는 건 아닐까?” 하고 자신을 투영하게 된다.

6-2. 자극보다 ‘잔향’을 택하는 독자층의 등장

콘텐츠는 점점 더 자극적으로 변하고,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진다.

 

이런 시대에 독자들은 오히려
천천히 읽고, 오래 곱씹을 수 있는 소설을 찾는다.


『스토너』는 큰 사건 없이도
읽고 나서 한참 동안 여운이 남는 타입의 소설이다.

그래서 북튜버, 블로거, 서평가들을 통해 꾸준히 입소문이 난다.

6-3. 감정이 마모된 시대와의 공명

스토너가 전쟁, 가정, 직장을 통과하며 겪는 경험은
결국 감정이 조금씩 닳아 없어지는 과정이다.

 

오늘을 사는 우리 역시
뉴스, 업무, 관계 속에서 감정이 마모되는 걸 느끼곤 한다.


그래서 “아무 감정도 느끼지 못하는 자신을 바라보는 장면”에
이상할 만큼 깊게 공감하게 된다.

“모두가 함께 겪고 있는 곤궁한 생활에 대한 조용한 슬픔이 그가 살아가는 매 순간 한 번도 깊숙이 파묻혀버리지 않았다.” (310쪽)

 

스토너가 끝내 감정을 완전히 버리지 않고,
어딘가 한 구석에 여전히 남겨두고 있다는 점이
이 소설을 완전한 절망이 아닌,
묵직한 위로의 이야기로 바꾸어 놓는다.


7. 『스토너』, 이런 분께 특히 추천하고 싶다

인터넷에서 “스토너 추천”을 검색하고 들어온 독자라면,
아마 이 책이 본인에게 맞는 소설인지 가장 궁금할 것이다.

 

내가 읽으면서 떠올린 추천 독자 타입은 다음과 같다.

반응형
  1. 자극적인 전개보다 ‘인물의 내면’을 따라가는 소설을 좋아하는 분
    • 큰 사건보다 감정의 미세한 변화를 보는 걸 좋아한다면 잘 맞는다.
  2. 30대 중후반~40대, 인생의 ‘중간 지점’을 돌아보고 있는 분
    • 마흔셋에 사랑과 삶을 다시 배우는 스토너의 나이가 자연스럽게 겹쳐진다.
  3. 조용한 문장, 밀도 높은 문학을 찾는 독자
    • 한 줄 한 줄 밑줄 긋고 싶은 문장이 많은 편이다.
    • “스토너 문장 느낌”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만족할 듯.
  4. 직장·가정·관계에서 ‘큰 실패는 아니지만 작게 지친’ 사람
    • 거대한 몰락이 아니라, 서서히 마모되는 감정에 공감하는 독자에게 특히 와닿는다.
  5. 북클럽·독서모임에서 토론할 책을 찾는 리더
    • 줄거리보다 해석할 여지가 많아서, 모임에서 이야기 나누기 좋은 책이다.

스토너 전체표지

8. 마무리: 평범한 삶은 없다, 수억 개의 삶만 있을 뿐

『스토너』를 읽으며 나는
한때 “평범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막연히 말하던 나 자신을 떠올렸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고 나면 알게 된다.

이 세상에 진짜 ‘평범한 삶’은 없다.


단지,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수많은 삶이 있을 뿐이다.

 

스토너의 일생은 멀리서 보면
고요하고, 실패가 많고, 조금 안쓰러운 인생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면,
그의 삶은 충분히 치열했고, 충분히 아름다웠다.

 

“아무도 기억하지 않을 것 같은 한 사람의 인생도, 끝까지 따라가 보면 결국 대서사시가 된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