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AI가 ‘공기’가 된 시대, 왜 하필 AX인가
전수민의 『AX 터뷸런스』는 단순한 경제전망서가 아니라,
AI가 일으키는 거대한 터뷸런스(요동) 속에서
우리가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를 짚어주는 책이다.
저자는 실리콘밸리 온라인 플랫폼에서
Trust and Safety 조직에 몸담고 있는 실무자다.
그래서 이 책은 이론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유해 콘텐츠와 싸우는 사람의 시선으로 쓰여 있다.
책이 말하는 AX(AI Transformation) 는
“AI 기술이 비즈니스 한 구석을 살짝 바꾸는 수준”이 아니라,
정보, 경제, 정치, 일상의 규칙 자체를 다시 쓰게 만드는 변화다.
우리가 체감하든 못 하든, 이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2. 진짜와 가짜를 구분할 수 있다는 ‘위험한 자신감’
오늘날 우리는 딥페이크, 가짜 영수증, 조작된 영상,
AI가 만든 그럴듯한 기사와 썸네일에 둘러싸여 있다.
문제는,
“나는 그래도 진짜와 가짜 정도는 구분할 줄 알아”
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다.
짧은 영상, 자극적인 한 줄, 알고리즘이 던져주는 조각난 정보 속에서
우리는 사실 확인보다 반응과 감정에 먼저 움직인다.
네트워크의 속도와 양에 비해
우리의 디지털 리터러시는 여전히 느리고 취약하다.
『AX 터뷸런스』는 이 지점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 AI는 진실을 판단하는 존재가 아니라
- 다음에 올 단어를 확률적으로 예측하는 알고리즘일 뿐이며,
- 그 결과가 진짜처럼 보이는 것과 진짜인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말한다.
AI가 만든 정보들을 아무 생각 없이 소비하는 순간,
우리는 이미 그 알고리즘의 설계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3. AI vs 인간: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질문은 이것이다.
AI로 만든 허위정보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요청한 사용자? 결과를 낸 AI? 아니면 플랫폼?
AI는 판단을 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책임도 질 수 없다.
그래서 결국 기준을 만들고, 선을 긋고, 삭제와 허용을 결정하는 역할은
여전히 인간과 조직, 특히 Trust and Safety 팀의 몫이다.
하지만 이 결정은 단순한 기술적 문제가 아니다.
- 무엇이 유해 콘텐츠인지,
- 무엇이 표현의 자유인지,
- 어디까지가 안전 설계이고 어디서부터 과잉 통제인지
이 모든 것은 문화, 언어, 정치적 맥락에 따라 달라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주요 온라인 플랫폼의 기준은
여전히 영어권·미국 중심으로 짜여 있다.
결국 저자원 언어 사용자, 한국어처럼 비주류 언어권은
- 더 많은 유해 콘텐츠에 노출되거나
- 반대로 정당한 표현이 과도하게 막히는 이중의 피해를 겪을 위험이 크다.

4. 알고리즘이 평평하게 만들어버린 세계
『AX 터뷸런스』가 흥미로운 지점은
알고리즘을 단순히 “편리한 추천 시스템”이 아닌,
세계관을 설계하는 기술로 본다는 점이다.
알고리즘은
- 우리가 오래 머문 콘텐츠를 기억하고
- 좋아요와 클릭을 분석해 “당신이 좋아할 만한 것들”만 계속 보여준다.
처음엔 편리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 비슷한 음악,
- 비슷한 인테리어,
-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만 눈앞에 반복되기 시작한다.
다양성과 창의성은 플랫폼의 안전성·효율성 뒤로 밀리고,
우리는 알아차리지 못한 채
“알고리즘이 고른 세계” 안에서 살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은 AX 시대의 경제 전망을 말하면서도,
결국은 “우리는 어떤 인간으로 남을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돌아온다.

5. 실리콘밸리의 TnS, 한국 독자에게 더 중요한 이유
전수민은 실리콘밸리에서 Trust and Safety 업무를 하고 있지만,
책 속에서 반복해서 말한다.
“TnS 분야에는 한국인이 거의 없다.”
우리의 언어와 문화가 정책 설계와 안전 설계의 테이블에서 빠져 있다는 뜻이다.
AI, AX, 알고리즘, 온라인 플랫폼의 규칙과 기준이
영어권을 중심으로 짜인다면,
한국어 사용자는 그 결과를 일방적으로 적용받는 입장에 머무르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히
- “AI가 이렇게 발전할 거다”라고 말하는 도서가 아니다.
오히려
- AI와 AX가 어떻게 세계의 권력을 재배열하는지,
- 그 과정에서 누가 목소리를 잃어버리는지,
- 우리가 어디에서, 어떻게 주체적으로 참여해야 하는지
를 짚어주는 현장형 인사이트 도서에 가깝다.
문과 출신, 비전공자도
TnS, 정책, 리스크 분석, 콘텐츠 모더레이션 등
여러 가지 커리어로 AI 시대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도 인상 깊었다.
AI를 “코딩하는 사람”만의 영역이 아니라,
“규칙과 기준을 설계하는 사람”의 시대라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6. 결국, 방향을 정하는 것은 우리다
『AX 터뷸런스』의 마지막 문장은 강렬하다.
AI는 이제 공기처럼 우리 삶 곳곳에 스며들었고,
그 공기가 얼마나 오염될지는
우리가 기술의 방향 설계에 얼마나 참여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AI, AX, 알고리즘, 유해 콘텐츠, 딥페이크, 온라인 플랫폼…
이 단어들은 이제 더 이상 먼 미래의 키워드가 아니다.
우리가 매일 들여다보는 타임라인, 쇼츠, 피드의 바탕 기술이다.
결국 질문은 하나로 모인다.
“AI가 나를 대신해 판단해 주는 시대,
나는 얼마나 ‘인간’으로 남아 있을 것인가?”
7. 이런 분께 추천하고 싶다
- AI·AX 흐름을 기술이 아닌 ‘사회 변화’ 관점에서 이해하고 싶은 분
- 실리콘밸리 Trust and Safety·콘텐츠 정책 실무에 관심 있는 분
- 유해 콘텐츠, 딥페이크, 알고리즘 편향 같은 이슈가 막연하게만 느껴졌던 분
- 앞으로 AI 시대에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고민 중인 비전공자, 문과 출신
AI를 기술 설명 대신,
“인간의 삶과 민주주의, 일상의 안전 설계”라는 관점에서 보고 싶다면
『AX 터뷸런스』는 꽤 단단한 출발점이 되어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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