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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계속된다 — 신이 떠나고, 인간이 사라져도 흐르는 세계

깡총이87 2025. 10. 17.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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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계속된다
세계는 계속된다 - 크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1. 신이 떠난 자리에서 세계는 계속된다

세계는 계속된다 표지
세계는 계속된다 표지

 
라슬로 크러스너호르커이의 『세계는 계속된다』는
‘세계가 인간의 것’이라는 믿음을 근본부터 뒤흔든다.
그의 문장은 신이 사라진 시대를 배경으로,
이제는 그 신을 대신해 자신을 신이라 여기는 인간의 오만과 허무를 해체한다.
작품은 총 세 부로 구성된다 —
1부 〈말하다〉, 2부 〈이야기하다〉, 3부 〈나는 여기에서 아무것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이 세 부는 각기 다른 시간대의 인간을 보여준다.
신의 부재를 방황하던 인간(1부),
언어와 신앙이 무너진 인간(2부),
그리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나는 인간(3부).
결국 크러스너호르커이는 말한다.

“신이 사라져도, 인간이 사라져도, 세계는 계속된다.”

 

https://youtu.be/JWvUreIpa0o

 


2. 1부 「말하다」 — 신의 부재 속 방황하는 인간

세계는 계속된다 1부 말하다
세계는 계속된다 1부 말하다

 
첫 단편 〈서 있는 헤맴〉은 신을 잃은 인간의 여정을 상징한다.
그는 여러 나라를 떠돌지만,
어느 순간 아무도 그를 알아보지 못한다.

“그가 이 세계를 돌아다니는 때가 오자, 사실상 아무도 그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했으며, 그는 사라져버렸으니.” (p.17)

 
이 장면은 신이 세상에서 사라진 순간을 은유한다.
인간은 여전히 신의 그림자를 좇지만,
그 신은 이미 ‘관념’이 되어버렸다.
다음 단편 〈속도에 관하여〉에서
화자는 지구보다 빨리 움직이고 싶다고 말한다.
그는 변화와 깨달음이 거대한 도약이 아니라,
단 한 걸음으로도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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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발을 다른 발 앞에 놓기만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리라는 것.” (p.27)

 
결국 신이 없는 세계에서 인간은 ‘속도’라는 욕망으로 자신을 증명하려 하지만,
그조차 허상임을 깨닫는다.
〈잊고 싶다〉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에서는
인간의 언어가 스스로의 본질을 설명할 수 없다는 절망이 등장한다.

“어쨌든 아무리 원한다 해도, 우리는 우리 자신 외에는 아무것도 이야기하지 못한다.” (p.31)

 
신을 대신해 인간이 만든 언어,
그 언어마저 이제 ‘진실’을 말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리고 〈세계는 계속된다〉(1부의 타이틀 단편)에서
화자는 9·11의 잿더미를 바라본다.
그는 느낀다 —

“나는 새로운 언어가 없이는 이 새로운 시대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으니.” (p.47)

 
여기서 ‘새로운 언어’란,
기존의 신앙·도덕·이성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새로운 세계의 질서를 뜻한다.
그는 더 이상 신의 언어로 세상을 말할 수 없다.
세상은 이미 인간의 언어를 넘어선 곳으로 흘러가고 있다.
https://youtube.com/shorts/h6eGTaB0RW0?feature=share


3. 2부 「이야기하다」 — 언어가 사라진 자리

세계는 계속된다 2부 이야기하다
세계는 계속된다 2부 이야기하다

 
2부의 인물들은 신 대신 ‘언어’를 믿는다.
하지만 언어 또한 세계를 담아낼 수 없다.
〈구룡주 교차로〉에서 한 남자는 빨라진 세상에 분노한다.
그러나 TV 속 한 남자의 말을 통해 깨닫는다.
“전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폭포는 물방울들의 합이지만, 물방울 하나가 폭포가 되지 않듯
세계는 결코 ‘하나의 의미’로 합쳐질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평온을 얻는다.
전체가 부서졌을 때, 오히려 세계는 진짜 ‘자연의 질서’로 돌아간다.
〈언젠가 381고속도로에서〉의 청년도 마찬가지다.
소음과 피로로 가득한 채석장을 떠나
아무도 오지 않는 폐허로 향한다.
그곳에서 그는 침묵 속 안식을 느낀다.
인간이 사라진 공간에서만 진짜 평화가 존재한다.
〈죄르지 폐허의 헨리크 몰나르〉에서는
살인을 저지른 죄수가 등장한다.
그를 단죄하는 판사와 군중은 도덕을 내세우지만,
그 도덕이야말로 폭력이다.
그는 “자신에게 진실했기에 순수했으나”,
세상은 그 순수를 거짓으로 몰았다.
도덕이란 이름의 폭력이 ‘진짜 순수’를 파괴하는 순간이다.
〈축복 없는 장소를 걸으며〉에서 한 주교는 절규한다.

“이 교회에는 더 이상 축복이 머물 이유가 없다.”
신앙은 형식으로 남고,
기도는 입술에서만 울린다.
이곳에 진짜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크러스너호르커이는 선언한다.
“신이 죽고, 언어가 무너지고, 도덕이 부서진 시대 — 그럼에도 세계는 사라지지 않는다.”


4. 3부 「나는 여기에서 아무것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 인간의 퇴장

세계는 계속된다 3부 작별을 고하다
세계는 계속된다 3부 작별을 고하다

 
마지막 화자는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
욕망도, 언어도, 신도, 도덕도.
그는 이제 이 세계를 떠날 준비를 한다.

“나는 여기에서 아무것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그는 이미 미래를 본 자다.
세계의 종말을 목격했지만, 그것은 멸망이 아니라 ‘완성’이다.
이제 세계는 인간이 아닌 자기 자신으로 존재한다.
그는 깨닫는다 —

“이 세계의 모든 것은 이 세계의 것이며,
나는 더 이상 이 세계의 일부가 아니다.”

 
그는 사라진다.
하지만 세계는 여전히 흐른다.
신의 언어도, 인간의 말도, 도덕의 규칙도 없이,
그저 존재 자체로서의 세계가 남는다.
https://youtube.com/shorts/oslbkweobpc?feature=share


5. 결론 — 신도, 인간도, 언어도 사라져도 세계는 계속된다

세계는 계속된다 전체표지
세계는 계속된다 전체표지

 
『세계는 계속된다』는 종말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세계의 재탄생에 관한 이야기다.
신이 떠나고 인간이 방황하며,
언어와 도덕이 붕괴된 그 자리에
비로소 세계는 스스로를 드러낸다.

“그 어떤 말로도 세계는 계속되지 않는다.
그저 세계는 계속된다.”

 
이 문장은 책 전체의 결론이자,
라슬로 크러스너호르커이의 문학이 도달한 철학이다.
인간은 자신이 세계의 중심이라 믿지만,
사실 세계는 인간의 유무와 상관없이 흐른다.
우리의 존재, 사상, 언어 —
그 모든 것은 잠시 비쳤다 사라지는 그림자일 뿐이다.

 

라슬로 크러스너호르커이의 『세계는 계속된다』는
세계 그 자체의 ‘무관심’을 가장 장엄하게 묘사한 문학이다.
그는 인간의 한계를 냉정히 바라보며,
‘존재의 본질은 인간의 언어 밖에 있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우리가 사라져도,
바람은 불고, 새벽은 다시 온다.
그저 세계는, 계속될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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